Dialogues
편집자는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
- 강맑실(사계절 출판사 대표)
- 류사와 타케시〔龍澤武〕(전 헤이본샤〔平凡社〕 대표편집국장)
뛰어난 기획은 ‘지향성’을 가진 출판사로부터 태어난다. 뛰어난 기획을 위해 요구되는 편집자의 능력은 무엇인가.
내서는 안 되는 책을 낸다는 것
제가 처음 사계절출판사를 찾은 것은 2002년 11월입니다. 편집자 여러분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졌던 것이었는데, 일본의 출판계에서도 연구자 등 외부인을 불러서 이야기를 듣는 기회를 가지는 출판사가 적지 않게 있습니다. 저도 제가 근무했던 출판사에서 계속적으로 연구회를 조직하였었고, 편집자들이 저자들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마련하고자 하는 기풍을 가질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였습니다. 실제로 그런 기회를 아주 많이 마련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출판사가 많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게다가 ‘편집자’를 초청하여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저 자신도 해본 적이 없거니와, 그 제안이 왔을 때 솔직히 말씀 드려서 매우 놀랐습니다. 저 자신이 한국의 출판사에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이야기가 기대에 부응했는지에 대해서 큰 자신은 없지만, 여하튼 그 때, 이 출판사는 ‘지향성’을 가진 출판사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쪽에서 사계절출판사가 어떻게 설립되었고, 경영되고 있을까 하는 이야기를 듣는 기회를 가져보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계승되고 있는 사계절출판사의 이념은 창립자의 삶의 방식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창립자인 김영종〔金暎鍾〕은 1970년대 독재정권시절, 민주화 운동에 전념한 세대였습니다. 당시에 그는 민주화운동의 이념을 책을 통해 대중에게 확산시켜야겠다고 생각하여 1982년에 사계절출판사를 창립하였던 것입니다. 독재정권이라는 사회적 상황 하에서 시민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러한 배경을 지니고 있었기에, 당초의 사계절출판사의 출판물은 사회과학분야의 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구 소련의 해체에 따른 동서냉전체제가 붕괴되자, 창립자는 자신이 지니고 있는 이념을 국내의 교육과 민족의 문제에 결부시키고자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한국의 교육은 파탄지경에 이르렀고, 그 실태도 방향성도 위기적인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남북이 분단된 사회적인 상황에서 무엇을 지향해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한국사회에서 매우 큰 문제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한 현실을 감안하여 교육과 민족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테마로 삼아 여러 시리즈물을 간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지게 된 것은 『교실 밖』이라는 시리즈였습니다(1992년~2006년 현재). 당시 한국의 교과서는 정권유지를 위한 이데올로기 교육이라는 틀 안에서 제작되었으므로, 지식이 편중되어 있었습니다. 한국의 교과서는 2008년부터 국정에서 검인정으로 바뀌게 됩니다만, 『교실 밖』은 교과서에서 가르치지 않는, 바른 지식을 전하고자 만들어진 시리즈입니다.
그 외에도 1991년에 『남북의 어린이가 함께 읽는 전래·창작동화』라는 시리즈도 제작하였습니다. 아이들에게 이 사회에 태어나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바른 지식과 생각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생겨난 기획입니다.
그리고 민족의 분단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라는 생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바른 역사를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계절출판사가 역사분야에 중점을 두게 되었습니다.
즉 사계절출판사는 사회과학도서의 출판에서 출발하여, 1980년대의 민주화운동과 한국사회의 변화를 거쳐, 교육과 민족의 문제에 깊게 몰두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아동서, 청소년 도서, 역사를 중심으로 한 인문서의 출판이라는 세 기둥을 지렛대로 삼은 지 15년여의 세월이 흘렀습니다만, 앞으로도 이 방향의 출판을 계속해 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출판계에서는 과거에는 ‘지향성’이라는 말이 매우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지금 말씀을 듣고 보니 사계절출판사의 창업자의 이념, 즉 ‘지향성’이 어떠한 것이었는지 잘 알겠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헤이본샤는 1914년에 설립된 출판사입니다만, 창업자이신 시모나카 야사부로〔下中彌三郞〕도 교육을 출판의 이념으로 삼았었습니다. 그는 원래 무정부주의적인 생각을 가진 교사이기도 하였습니다. 이와나미쇼텐의 창업자이신 이와나미 시게오〔岩波茂雄〕도 역시 교사로부터 출발하였습니다. 그 분들이 교육으로부터 출판을 시작한 것은 단순히 체제비판뿐 아니라 문제를 그 근저에서부터 새롭게 생각해 보자, 사회가 진정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만들어 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라는 의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요즘의 일본 출판계에서는 아쉽게도 이 말이 사어〔死語〕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만, 출판사에게 ‘지향성’이란 불가결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2005년 9월의 동아시아출판인회의(도쿄회의)에서 강 사장님께서 매우 의미 있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사계절출판사에서는 출판하는 책을 결정하는 과정을 중시하여, 전 사원이 출석하는 회의에서 결정하고 있으며, 그 때 “내서는 안될 책을 내지 않는 것”이라는 매우 중요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실은 저 자신도 헤이본샤의 편집자들에게 같은 말을 계속해 왔습니다만, ‘출판할 책을 결정하는 과정을 중시한다’는 것과 ‘내서는 안될 책을 내지 않는 것’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출판하는 책을 결정하는 과정을 중시한다는 것은, 전 직원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즉 각 분야의 직원들에게 “왜 이 책을 내려고 하는가”라는 의식을 가지게 하기 위하여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사계절출판사가 창립된 1980년대는 출판의 이념이 명확하였습니다. 창립자의 세대에는 시대적인 사명감도 있었고, 이념에 따라 출판하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가 되면서 시대가 변하고, 종래의 방식으로는 경영이 어려워졌던 것입니다. 제가 1995년에 경영자가 되어 착수한 것은 편집자뿐만 아니라 영업담당자, 판매담당자를 포함한 전 사원을 기획회의에 출석시킨 것입니다. 그리고 이 책을 낼 것인가 말 것인가를 자유롭게 토론하게 하였습니다. 그것을 삼 년간 계속하자 내야 할 책과 내지 말아야 할 책의 구별을 전 사원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시 한국의 출판사에서 책의 내용을 알고 있는 것은 기획자, 편집자, 교정자에 한정되어 있었으므로, 영업자나 판매자가 신간서적을 서점에 가져갔을 때 그 내용에 대해 누군가 물어보게 되면 대답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는 아무리 좋은 책을 만들더라도 독자에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책을 만들어서 그것을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책의 기획자나 편집자뿐 아니라 영업이나 판매를 담당하는 사람들까지 사원 전원이 책의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사원 전원을 회의에 출석시킨 것입니다만, 한 권의 책에 대하여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의식시킴으로써 출판사의 방침을 모든 이가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방식은 지금 다른 출판사에도 널리 퍼져가게 되었습니다.
‘장기 기획물’을 출판하기 위한 조건
네, 그랬군요. 그 정도까지 철저하게 실천하셨다니 감동적입니다. 사계절출판사의 출판물의 특징은 ‘시리즈물’이지요. 일본의 출판계에서는 ‘편집물’이라고 불리는데, 특정한 테마를 여러 권으로 나누어 전체를 구성해 가는 스타일을 가리킵니다. 사계절출판사에서는 이 ‘편집물’이 중시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거기에는 역시 창립 이래로 회사의 이념이 반영된 것이겠지요. 그리고 ‘편집물’을 기획하고 간행하기 위해서는 개개 편집자의 능력과 그 기획에 대한 편집부 혹은 출판사 전체의 공통인식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류사와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편집물’은 한국의 출판계에서는 ‘장기기획물’이라고 부릅니다. 헤이본샤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기는 하지만 사계절출판사에서는 여러 가지 장기기획물을 출판해 왔습니다.
예를 들면, 역사분야의 기획에서는 역사를 어떻게 독창적으로 보여줄 것인가, 어떻게 독자에게 전달할 것인가, 다른 출판물과는 일선을 그을 수 있는 역사서적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라는 것을 생각해 왔습니다. ‘내서는 안될 책’ 중에는 어떤 출판사라도 간단하게 낼 수 있는 책이 있습니다. 그런 책이 아니라, 사계절출판사만이 낼 수 있는 역사서적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한 생각에서 1995년에 ‘장기기획물’로서 최초로 간행한 것이 『역사신문』입니다. 신문과 같은 스타일로 역사를 가르치는 시리즈입니다. 그 후 『세계사신문』(1998년), 『한국생활사박물관』(2001년), 『아틀라스』(2004년)라는 시리즈를 출간하여 왔습니다.
이들 시리즈는, 다른 출판사가 수십 년에 걸쳐서도 만들지 못한 독창적인 책을 만들어보자는 의욕을 가지고 만든 것입니다. 그 특징은 내용과 형식의 독창적인 조화입니다. 즉 내용에 가장 잘 어울리는 형식을 생각해서 만든 것이 바로 이 네 가지 시리즈인 것입니다.
신문형식으로 한국의 역사를 가르치는 시리즈 『역사신문』(전6권 1995년~1996년)
이제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만 헤이본샤에서도 어느 시기까지는 그러한 의식을 가지고 ‘편집물’을 출판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거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출판사에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누구나 뛰어난 장기기획물을 만들 수 있느냐 하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그를 위해 필수적인 것은 말할 나위도 없이 편집자입니다. 게다가 편집자나 편집부에 그 장기기획을 구상해 갈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 조건은 집필자들입니다. 장기기획물의 경우,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 일러스트래이터 등등, 그 기획에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힘이 필요합니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집필자이지요. 즉 집필자측도 자신의 전문작업과는 별도로 이러한 공동작업에 참가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매우 소중한 일이다 하는 의식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장기기획물의 성패는 이러한 세 가지 조건이 잘 조직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동감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장기기획물에는 우선 경제적인 여유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자금이 없어서 장기기획물은 할 수가 없다라고 하는 것은 변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계절출판사는 1993년에 『논리야 놀자』라는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이것이 대학수험의 시기와 겹치기도 하여 대힛트를 쳤습니다. 우리들은 이 책 한 권으로 ‘베스트셀러 출판사’가 되었고, 그 후 확대노선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즉, 여기 저기 출판사가 유사한 책을 대량 출판하여, 방대한 반품을 껴안게 되었기 때문에 회사의 경영이 매우 어렵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무렵에 경영자가 된 저는, 우선 축소노선으로 전환하였습니다. 반품률을 10% 이하로 억제함과 동시에 창립자의 이념을 살리면서 다른 출판사가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성을 가진 출판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조금 전에 말씀 드린 『역사신문』은 이렇게 하여 탄생하였던 것입니다. 물론 기획 자체는 창립자인 김영종 선생이 하였습니다.
실제로 『역사신문』1, 2권을 낼 당시에는 자금 면에서 매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이윽고 큰 반향을 일으켜, 아주 잘 팔려 나갔습니다. 그러므로 자금문제가 아니라 진실로 독창적이고 내용이 충실한 책을 잘 만들 수 있다면, 반드시 성공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지금도 그것을 믿고 있습니다.
오랜 일본의 출판의 역사를 보더라도, 예를 들면 헤이본샤나 이와나미쇼텐 등이 뛰어난 장기기획물을 연속해서 간행하던 시대는 제2차 대전 후의 계몽주의의 시대가 그 하나일 것입니다. 일본은 스스로 시작한 제국주의적 침략전쟁으로 인해 철저하게 두들겨 맞았는데, 그러한 깊은 반성과 절실한 위기감에서 출발하여 그 시기에는 미래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아주 훌륭한 출판물이 만들어졌습니다. 당시의 일본사회는 매우 빈궁하였습니다만, 집필자들도 그러한 기획에 참가하고자 하는 강한 의욕과 열기가 있었고, 출판사에는 그러한 지적인 에네르기를 조직하고자 하는 ‘지향성’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대에 저는 아직 초등학생, 중학생이었으므로 편집자는 아니었지만, 선배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1950년대 헤이본샤에서는 급여가 늦게 지불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말씀하신 것처럼 경제적인 여유가 필요조건은 아닌 것입니다. 그 무렵의 출판물을 보면, 종이도 인쇄도 질이 낮았고, 여러 가지 결점이 있습니다만 내용만은 아주 훌륭합니다. 최대한의 편집노력을 금방 느낄 수 있습니다. 그 후 일본은 고도경제성장의 시대를 맞게 되었고. 방대한 시리즈물도 대량으로 팔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대가 너무나 오랫동안 계속되면서 계몽의 기풍이 출판사에서 사라져가게 되었습니다. 아까 말씀하신 ‘왜 이 책을 내는 것인가’라는 의식이 희박해져 갔다고 해도 되겠지요. 그리고 일본의 출판계는 방향성을 상실하고, 위기적 상황에 빠져들게 되었지요.
장기기획물의 출판에서 제가 자금문제보다도 중시한 것은 편집자의 능력, 특히 커뮤니케이션의 능력입니다. 예를 들면, 사계절출판사에서는 2001년에 『한국생활사박물관』이라는 시리즈를 출간하였습니다. 이 시리즈는 한 권당 일본 엔화로 2000만엔 정도의 자금이 소요되었으므로, 실패하면 회사가 파산해 버릴 것이지만, 성공하게 되면 투자 이상의 이익이 기대되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기획과 그것을 뛰어난 형태를 갖추게 하는 편집자의 능력인 것입니다.
『한국생활사박물관』에서는 『역사신문』이나『세계사신문』과 마찬가지로, 우선 기획편집 팀을 만들고, 실무를 담당하는 편집자와 디자이너는 다소 교체되더라도 그 책임자는 마지막까지 바꾸지 않고, 기획 전체의 틀을 유지하는 체제를 취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방대한 작업 과정 중에 수많은 편집자, 집필자, 디자이너 등을 포함하여 새로운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던 것입니다. 동시에 여태까지 한국에는 없었던 양식이 탄생하였습니다. 한 장의 그림에 모든 정보를 담아내는 ‘다큐멘터리 일러스트레이션’입니다. 이 양식은 『한국생활사박물관』이후 여러 출판물에 사용되어 지금은 어느 출판사에나 ‘다큐멘터리 일러스트레이터’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므로 이 기획은 편집자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없으면 성립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지요.
『한국생활사박물관』은 매우 훌륭한 기획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일본에서도 이러한 출판을 시도하는 출판사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독창성이 있는 좋은 출판사에서도 그것이 팔리게 되면, 다른 출판사도 흉내를 내어, 유사한 책이 대량으로 출간되는 상황이 생겨납니다. ‘물에 타서 늘리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죠. 저는 젊은 편집자들에게 ‘여하를 막론하고 첨단에 서라’고 말해 왔습니다. 누군가가 나의 흉내를 내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영광스러운 것이고, 또 누군가 흉내를 냈다고 분한 마음이 들어도 어쩔 수 없는 것이지요. 그로부터 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편집자의 역할이고, 그를 위해 노력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역사신문』을 출간한 후, 『과학신문』과 같은 유사한 출판물이 많이 출간되었습니다. 『한국생활사박물관』만 하더라도 유사본이 많이 나왔습니다만, 그것들이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우리들은 그러한 아류의 책이 나오더라도 대항할 수 있도록 전략을 세워 두고 있습니다. 독창성이 있는 새로운 기획을 해 나가는 한편, 예를 들면 『한국생활사박물관』이라는 원 소스(one source)를 멀티유즈(multi-use)로 만들어 가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즉 『한국생활사박물관』을 분해하여 저학년의 아동들을 위하여 새로이 편집하고 분책으로 나누는 등, 독자층을 달리 하여 만들어 갑니다. 그와 같이 하여 만든 것으로 초등학교 1학년생이 ‘나의 조상들은 무엇을 하였을까’(가제)라는 것을 생각하기 위한 시리즈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출판사에서 ‘사회사박물관’이라는 시리즈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것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하나의 콘텐츠로부터 독자층별로 새로운 모습과 테마를 창조해 가면서 세부사항까지 배려하여 만들어 가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네. 그렇군요. 출판사인 까닭에, 편집자이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편집에 대한 의욕이 자명한 것으로 구비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편집의욕을 지닌 출판사, 편집자가 적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상이지요. 따라서 무엇인가를 총합해 가는 의미의 편집이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만, 사계절출판사와 강사장님으로부터는 그러한 편집에 대한 의욕을 느낍니다.
책을 만든다는 것은 일종의 문화운동입니다만, 그것은 당연히 현실 사회 안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즉 재생산을 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편집이라는 일에는 바로 이 ‘재생산을 유지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이야말로 편집의 흥미있는 부분으로서 다른 분야의 일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요?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저는 우리 사계절출판사의 편집자들에게 통합적인 능력과 함께 경영자로서의 관점도 가져야 한다고 늘 말해 주고 있습니다. 1권의 책에는 기획에서 제작, 판매까지 그리고 집필자를 포함하여 대략 80명의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책은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의 작업이 있어야 만들어지는 것이고, 그 전체과정을 통괄할 수 없다면 뛰어난 편집자는 될 수 없겠지요. 지식뿐만 아니라 관계된 사람들과의 관계를 포함하여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사람이 종합적인 의미에서 편집자라고 생각합니다.
편집물 혹은 장기기획물의 출판은 그것들이 다루고 있는 영역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한 사람의 편집자가 전체를 조망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그런 사람이 없다면 그것이 가능한 사람들을 모아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전체를 조망하는 것이고, 그것은 전문가에게 무조건 요구할 수만은 없으며, 만일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없는 것을 내놓으라는 것이 되지만, 편집자에게는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본능력이지요.
사원의 교육과 복지를 위한 카페테리아 제도
사계절출판사의 특징 중 하나로 독특한 조직구성이 있습니다. 사장과 이사가 한 사람씩 있는데, 사장은 경영전략을 세움과 동시에 몇 개의 기획편집부를 통괄하고 있습니다. 이사는 마케팅을 담당하고, 그 이외에 회계나 경영지원을 관할하는 총무부가 있습니다. 그 외의 사원은 팀으로 편성되어 있어서 팀장이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팀장이라 하더라도 다른 회사조직에서는 주간(主幹)급이지요. 대규모의 출판기획이나 그 방향성은 팀의 구성원들과 상의하여 모든 것을 팀장이 정합니다. 물론 그 후에 사장과 검토하게 됩니다만, 기획은 사장의 지시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항상 각 팀에서 올라옵니다. 그것을 전체회의에 부쳐 채택되면 정식으로 책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인데, 그 중에서 사장이 철저하게 체크하는 것은 광고, 표지, 디자인 등의 분야일 뿐입니다. 통일된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시켜 가기 위해서입니다.
그러한 조직체계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습니까?
제가 대표로 취임한 1995년부터 이러한 체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만, 좋은 기획이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사계절출판사가 작은 회사입니다만, 한국의 대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카페테리아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교육과 복리후생을 위한 제도로서, 사원들을 위한 복리후생비를 1년 단위로 회사가 적립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일년에 일인당 100만원에서 300만원이 되는데, 그 중 40%는 각자가 직무와 관련된 교육비로 사용하여야 합니다. 1년 단위로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다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 다음 년도가 되면 자동 소멸됩니다. 나머지 60%는 자신들의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나 건강진단, 그 외에 기획의 참고가 될 수 있는 영화감상이나 도서구입에 사용합니다. 사전에 신청하면, 예를 들면 교육비를 2년간 저축하여 해외연수를 간다든지 할 수도 있습니다. 편집자의 능력향상의 일환으로서 타 출판사에는 없는 이러한 복리후생비의 적립제도가 있는 것입니다.
또한 사계절출판사에서는 연봉교섭을 매년 3월에 행하고 있습니다만, 그 때 순이익의 10%를 성과급 보수로 사원들에게 환원하고 있습니다. 그 중 60%는 일률적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40%는 사원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하여 성적에 따라 지급하고 있습니다.
아하. 매우 독특한 제도이군요. 그것은 강 사장님의 아이디어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저는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회사경비로 구입하고 있으므로, 사원들도 필요한 책은 자신의 급여가 아니라 회사경비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적립한 돈으로 살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사원들 모두 아주 기뻐합니다.
이전부터 이러한 카페테리아 제도의 도입을 생각해 왔습니다만, 이렇게까지 아주 세밀히 항목을 나눠서 실시하게 된 것은 3년 전부터입니다. 어느 컨설팅회사에 용역을 주어 회사를 진단해 본 결과, 사원들로부터 건강진단과 아이들 교육에 관해 여러 가지 요구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물론 그러한 요구에 응함과 동시에 사원들 자신의 교육을 목적으로 한 항목도 설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여,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강제사항으로 해 버렸습니다(웃음).
이것은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에 알리고 싶은 태세입니다. 실현하려고 해도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자신이 경영자가 되어보고 나서 역시 모든 회사는 이래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것은 원래 당연한 것 아닐까요? 창립자의 이념은 진보적인 지식을 대중에게 널리 확산시키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토대는 이제 어느 정도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므로, 이제부터는 이념의 실현을 목표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2006년 2월 22일 한국・파주 사계절출판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