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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logues

하나의 중국어를 두 가지 문자로 출판하기

  • 린덴 린〔林載爵〕(연경출판사〔聯經出版社〕 발행인 겸 편집장)
  • 취재자: 무로 켄지〔室謙二〕(동아시아출판인회의 웹 사이트 편집부)

간체의 출판물이 중국본토에서 세계 각 지역의 중국인 커뮤니티에 보급되고 있는 가운데, 독자의 출판문화를 가지고 있는 타이완의 출판계는 어떠한 전망을 갖고 있는가?

무로

임선생님은 대만의 출판인이기는 하지만 대만의 독자적인 출판문화의 틀이 아니라 화교(華人)네트워크를 포함한 중국문화전체의 틀을 생각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어떠한 경위로 그러한 시야를 가지게 되셨는지요?

저는 대만출신이기는 합니다만, 어릴 때부터 중국의 전통문화를 이어 왔습니다. 대만에서는 중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교육이 계속 이루어져 왔습니다. 대륙에서는 1960년대후반부터 시작된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전통문화가 단절되었지만, 대만인들은 중국의 전통문화를 확고하게 이어가면서 살아왔던 것입니다. 저 자신이 아주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지요.

대만에서는 1988년에 계엄령이 폐지되었습니다. 그 후 십수년간 대만의 독립운동이나 대만의 문화와 이데올로기를 중요시하는 운동(본토화)이 성행하였습니다. 물론 그것은 정치적으로는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지만, 문화적인 면에서는 마이너스적인 영향과 위험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즉, 중국 전체의 문화에서 대만의 문화로 문화의 범위가 축소되어 버렸던 것입니다. 이것은 대만의 출판업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10년 전까지는 중국의 전통문화에 관한 책들이 아주 많이 출판되었습니다만, 대만문화를 중시하는 운동이 일어남으로써 문화도 출판도 모두 대만이라는 좁은 영역 안에 머물게 되었던 것입니다. 출판물의 대부분은 대만에 관한 내용으로 한정되었고, 출판시장 또한 대만이라는 극히 일부의 영역에 한정되어 버렸습니다. 이것이 대만출판업계에 있어서는 가장 심각한 문제인 것입니다.

한편, 대륙은 경제발전을 이루어 냄으로써 그 사회적 지위를 고양시켜 왔습니다. 그러한 발전에 수반되어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대륙에서 사용되고 있는 간체(簡体)가 널리 사용되게 되었습니다. 즉 대만 이외의 지역에서는 한자문화가 크게 진보하고 있는 데 반해, 대만 본토의 출판업계는 정체상태를 보임으로써 고립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십수년 동안 대만 이외의 중국어출판은 크게 변하였던 것입니다.

그러한 와중에 대만인들은 대만을 중요한 위치에 두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여 왔습니다만, 그 한편으로 대륙의 지식층이 대거 대만으로 몰려 와서 지식층간의 교류는 매우 성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교류로 인해 대만과 대륙의 출판업계는 상대가 출판이나 문화 혹은 비즈니스에 대하여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를 서로 잘 알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동남아시아의 화교권에서는 한자출판물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더욱 높아지고, 따라서 대륙의 출판업계에 대한 수요도 더욱 증가하였습니다. 대만의 출판업계가 대만의 내부에만 폐쇄적이 된 것은 이러한 현상과는 모순되는 모습인 것입니다. 간체로 씌어진 책의 수요가 확대되어 갈 무렵, 저는 이제 대만의 출판계가 취하고 있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무로

중국문화권에서 사용하고 있는 한자에는 간체와 번체가 있습니다만, 이것은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면과 그리고 대륙과 화교네트워크 및 대만과의 교류에 있어서 어떠한 문제가 있겠습니까?

물론 그것은 중요한 문제의 하나입니다. 현재 번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홍콩과 대만 뿐입니다.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의 한자권에서는 간체가 사용되고 있으며, 학교교육도 간체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북미지역의 화교들을 보게 되면, 약 10년 전까지는 그들의 대부분이 대만이나 홍콩에서 건너간 중국인들이었으므로 번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대륙에서 이주해 간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고, 그들은 간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북미에 살고 있는 화교들도 점점 번체가 아닌 간체로 간행된 책이나 신문을 읽게 되었습니다. 화교들의 출신지의 밸런스에 변화가 생겨난 것입니다. 이러한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대만의 출판업계는 번체 출판 뿐 아니라 간체 출판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작년에 저는 여러 장소에서 대만의 출판인 동료들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습니다. 대만 출판업계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우리들이 출판계의 정책을 새로이 재검토해야 한다…종래에 해 오던 번체만의 출판이 아니라 번체와 간체를 모두 중시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동남아시아나 북미의 화교권으로부터 멀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무로

그런데, 대륙에서는 번체를 사용하지 않습니까?

중국대륙에서 번체의 사용을 확대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요.

무로

간체만으로 교육받은 사람은 고전이나 50년 이상 전에 번체로 출판된 책을 읽는 데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어렵겠지요. 그러나 대륙에서는 중국의 고전문학은 모두 간체로 대체되어 간행되었습니다.

지금 저는 대만의 출판업계 내에서 ‘하나의 중국어, 두 가지의 문자’라는 슬로건을 줄곧 주창하고 있습니다. 번체와 간체의 병용을 권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술적인 면에서 이야기한다면, 대만의 출판업계는 간체의 출판물을 금방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대만 출판사 중 몇 개 회사는 양쪽의 문자셋트로 출판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번체로 간행된 책의 시장은 대만과 홍콩, 간체로 된 책은 북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의 화교권이 시장이 되는 것입니다.

무로

간체와 번체는 문자를 치환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륙과 대만에서는 단어나 화법이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두 가지 글자체로 출판하는 경우, 이 문제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하나의 개념에 대하여 중국, 홍콩, 대만에서 여러 가지 표현방식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디지털’은 대륙과 홍콩에서는‘슈마(数码)’라고 하지만, 대만에서는 ‘슈웨이(数位)’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차이로 인해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번체에서 간체, 또 그 반대도 큰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로

린 선생님은 정치와는 분리된 새로운 출판문화를 생각하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만, 대륙과 대만을 둘러 싼 정치적인 상황 속에서 정치로부터 독립된 출판문화라는 것이 과연 성립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린다면,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희들의 경험에서 보게 되면, 그 과정 중에 정치적인 압력을 받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겠지요. 정치적인 압력이야 있겠지만, 대만에는 어느 정도 민주주의가 확립되어 있습니다. 이 민주주의 하에서 대화와 문화교류 및 학술교류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문화를 확장시켜갈 수 있습니다. 만일 이 민주주의라는 환경이 없다면 어렵겠지만, 대만에는 민주주의적인 커뮤니티가 있으므로 정치적인 압력이 있더라도 문화운동을 추진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또한 대만은 작은 섬나라이지만, 본디부터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곳입니다. 우선 선주민의 문화가 존재합니다. 고산족들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대륙에서  대만으로 이주한 중국인들입니다. 그리고 대만 인구의 1/3을 차지하고 있는, 1949년에 중국대륙이 공산당 지배하에 들어가게 된 후 국민당과 함께 대만으로 이주한 중국인. 대만의 인구는 이들 세 부류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원래 서로 달랐던 문화와 사고방식이 공존하는 멀티문화권인 것입니다. 다행히도 이러한 배경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멀티출판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로

화교네트워크는, 예를 들면 동남아시아에는 대만계의 그룹과 대륙계의 그룹이 있어서, 서로 다른 문자를 사용하고, 서로 다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만, 통일성을 지닌 중국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습니까?

제가 말씀드린 멀티문화란 여러 가지의 것들을 하나의 형태로 한다든지, 단일화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가 함께 병존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서로 다른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요.

무로

네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여태까지의 이야기는 동아시아에서 퍼져가고 있는 중국문화에 관해서였습니다만, 일본이나 한국을, 커다란 중국문화와의 관계 안에 어떻게 자리매김할 수 있겠습니까?

우선 언어의 차이가 우리들에게 큰 장해가 되겠지요.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대만에는 일본의 출판물을 번역해 온 오랜 전통이 있습니다. 현재는 특히 일본의 만화를 대량으로 번역출판하고 있습니다. 대만의 번역출판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보이는 것은 영어를 번역한 출판물입니다. 그 다음이 대륙에서 간체로 쓰여진 책을 번체로 번역한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 들어 한국의 출판물을 번역한 출판물이 4위를 점하게 되었습니다.

즉 일본출판물의 번역은 3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그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번역출판물의 대부분은 베스트셀러 소설이나 추리소설이고, 일본인의 사고방식을 보여 주는 철학적, 인문적, 사회학적인 서적의 번역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대만의 문화를 동남아시아나 중국대륙 안에 자리매김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만, 일본이나 한국에 우리들의 대만문화를 소개하고 확산시켜 나가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될 것입니다. 주간지나 월간지. 인터넷 등의 현대적인 미디어를 사용한다면 서로의 문화를 동아시아 문화 안에 확산시켜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것이야말로 이 회의에 참석한 우리들의 주요한 일 중의 하나가 되겠지요.

무로

이번 회의와 같이 동아시아의 여러 지역에서 출판인과 편집자가 모여 논의를 한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린선생께서는 각 지역의 잡지와 제휴를 한다든가, 공동출판을 기획한다든가, 그 외에도 특별한 액션플랜(action plan)을 갖고 계시는지요?

현단계에서 가장 착수하기 용이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회의의 참가자와 관계된 잡지로서 중국에는 『読書』라는 삼련서점의 잡지가 있고, 대만에는 제가 발행인을 맡고 있는 연경출판사의 『思想』, 한국에는 창비사의 『창작과 비평』, 일본에는 이와나미쇼텐의 『思想』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잡지에 실렸던 원고를 서로 번역하여 소개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만일 그러한 작업이 이루어진다면 그건 매우 훌륭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동아시아출판인회의의 웹사이트는 매우 훌륭한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신간소개도 중요하겠지만, 저는 각 지역의 출판인들이 대담을 하거나, 여러 가지 형태로 각 지역의 출판인들이 서로의 생각과 출판업계의 현황에 대해 배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온라인 상의 동아시아출판인회의가 되는 셈이지요.

 
무로

가능한 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에 책의 네트워크와 사람의 네트워크를 온라인 상에 만들어 가자고 하는 것이 이 웹사이트의 기본적인 방침입니다.

마지막으로 연경출판사가 지난 3월에 갓 창간한 잡지 『思想』에 관해서 여쭤보겠습니다. 이것은 대만의 독자를 상정한 것입니까? 아니면 화교네트워크의 독자들도 상정하고 만드는 것입니까?

현재로서는 대만과 홍콩을 주요 시장으로 하여 만들고 있습니다만, 앞으로는 동남아시아의 화교권, 북미, 홍콩, 마카오까지 확대시켜 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대륙에 대해서는 그 가능성이 낮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이 잡지가 대륙의 현상의 비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그 잡지에는 대륙을 포함한 대만 이외의 각지에 있는 중국인 필자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2006년 3월 31일 중국·항저우 浙江西子賓館에서)

Profile

린덴 린 〔林載爵〕 연경출판사〔聯經出版社〕 발행인 겸 편집장

1951년 출생. 대만 동해대학 역사연구소 석사. 1984년부터 1986년까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역사학부 박사과정에 재적한 후, 1986년부터 1987년까지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연구에 종사하였다. 1979년부터 2001년까지 동해대학 역사학부에서 교편을 잡았다. 1987년부터 연경출판공사의 편집장, 2004년부터 연경출판사의 발행인 겸 편집장이 되었다. 저서로는 『譚嗣同 어느 지식인의 전기』(1977),『동해대학교사 1955-1980』(1981),『일본 점령시대의 대만문학에 나타나는 두 가지 정신』(원제: 臺灣文學的兩種精神, 1996) 등이 있다.

연경출판사〔聯經出版社〕 »

연경출판사는 1911년 5월 4일에 일어난 중국의 5·4운동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으로서, 1974년 5월 4일 타이완에서 창립되었다. 이 회사는 연합보 그룹 산하의 출판사로서 과거 30년여의 기간을 거쳐 성장해 왔으며, 폭넓은 장르의 출판물을 간행하고 있다. 출판물은 인문사회과학도서, 자연과학도서, 테크놀로지 관련서적 외에도 소설, 전기, 사서류, 건강관련도서, 여행서, 아동서 등 모두 합쳐서 수천종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타이완에 여섯개의 서점을 경영하면서, 타 출판사의 서적과 잡지의 유통도 행하고 있다.

잡지 『사상』〔思想〕

잡지『사상』〔思想〕은 지역을 초월한 중국어 포럼만들기와, 대륙과 타이완 사이에 논의의 장을 제공하는 것으로서, 2006년 3월에 연경출판사가 발행하였다. 창간호는 300쪽으로 구성되었다. 최근 타이완의 학자가 해외의 중국어계의 학자와의 교류를 심화시켜 온 사실을 반영하여, 기고자와 독자는 아시아 각지 뿐 아니라 구미에도 확산되고 있다.